ESG 실행 돕고 AI로 자연 측정하는 ‘땡스카본’ [기후가 기회다]
“평가와 계획 위주로 집중해 온 기존 기업의 ESG는 ‘실행’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기업의 ESG 실행 프로젝트를 제공하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 배출량을 모니터링하는 곳이 있다. 2021년 설립된 기후테크 스타트업 ‘땡스카본’이다.
2024-08-23‘ESG 공시 의무화’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국내 ESG공시 기준을 수립하는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는 지난 4월 말 ‘국내 ESG 공시기준 초안’을 공개하고 오는 8월 말까지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공시’만으로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평가와 계획 위주로 집중해 온 기존 기업의 ESG는 ‘실행’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기업의 ESG 실행 프로젝트를 제공하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 배출량을 모니터링하는 곳이 있다. 2021년 설립된 기후테크 스타트업 ‘땡스카본’이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막기 위해서는 큰 규모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탄소 경제’를 만들어야 하죠. 탄소 경제를 위해서는 기업 같은 큰 조직이 움직여야 합니다. ‘ESG 경영’이라고 이름은 붙여놨지만 실제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기업이 많아요. 땡스카본은 그런 기업의 정체성에 맞는 프로젝트를 만듭니다.”
김해원 땡스카본 대표는 “기업이 이제는 정말 ESG를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며 땡스카본을 소개했다. 땡스카본은 탄소 감축 및 생물다양성을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탄소 배출량 모니터링 서비스인 ‘헤임달’을 운영한다.
김 대표는 ‘홈쇼핑 PD’ 10년 경력을 보유한 인물이다. 주로 중소기업의 상품을 어떻게 판매하면 좋을지 소구점을 찾고 전략을 세워 새로운 판로를 만들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ESG 프로젝트에 ‘기업의 정체성’을 불어넣는다.
김 대표는 “기술 개발도 매우 중요하지만, 기술 하나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며 “프로듀서로 일하며 다양한 주체를 섭외하고 엮어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성취한 경험이 많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한국데이터사이언스학회 부회장과 기획이사를 거쳐, 지난해부터 대통령직속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이행점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지난해 6월부터 LG화학과 진행하고 있는 ‘잘피 서식지 복원 및 연구 사업’이다. 해안가인 여수에 사업장이 있는 LG화학이 해양 생태 관련 프로젝트를 고민하던 와중, 땡스카본이 ‘잘피 서식지 복원’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탄소를 흡수하는 해초류의 일종인 ‘잘피’를 심으며 해양생태계의 중요성도 알리자는 것.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 잘피 5만 주를 이식했고, 올해 2만 주를 추가로 심어 2026년까지 10ha 규모의 잘피 군락지를 조성하는 곳이 목표다. 이는 축구장 14개 크기와 맞먹는 크기다.
지난해 6월에는 해양 생태계 복원 사업을 알리기 위해 메타버스에서 바다숲을 만드는 ‘블루 포레스트’를 개설했다. 현재 블루 포레스트의 누적 방문자 수는 400만 명을 넘었다.
김 대표는 “충남에 사업장이 있는 모 기업은 주변 습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습지 복원 프로젝트’를 기획해 3년간 진행하게 됐고, 멸종위기종 서식지 복원 사업을 제안한 기업도 있다”고 전했다.
ESG 프로젝트를 기획 및 발굴하고 나니 ‘정량화’에도 주목하게 됐다. 김 대표는 “탄소를 감축한다거나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는 등의 작업에서 ‘정량화’를 하지 않으면 결과물도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의 탄소 감축 사업은 태양광 등 에너지에 집중되어 있어 자연 자본에 대해서는 측정조차 하기 어려웠다”며 탄소 배출량 모니터링 서비스 ‘헤임달’의 기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땡스카본의 ‘헤임달’은 농업 분야의 탄소 감축량을 측정하는 서비스다. 자연을 측정·보고·검증하기 위해 땡스카본이 선택한 것은 ‘인공위성’. 김 대표는 “수심 센서와 드론으로 모니터링을 시도했지만, 오류도 많았고 설치와 회수 비용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헤임달은 인공위성을 통해 ‘논에 물이 차 있는지 아닌지’를 감별한다. 김 대표는 “벼농사를 지을 때 논에 물을 항상 채워두는 ‘상시담수’로 논물을 관리하면 땅속에 산소가 들어오지 못해 메탄이 많이 배출된다”며 “재배 중 2주 이상 논의 물을 빼서 논바닥을 말리는 기간을 두면 메탄을 40% 감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헤임달은 위성 사진을 통해 논바닥이 보이는지 확인하고 ‘저탄소’ 벼농사를 실시했는지 증명한다.
땡스카본에 따르면, AI로 논물을 탐지하는 딥러닝 모델은 90%의 정확도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저탄소 농업 전환 농업인은 식품기업에 저탄소 인증 농산물을 판매하고, 정부 및 기업 등 탄소배출권 수요자에게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다. 탄소 감축량 측정에서 배출권 사업까지 확장한 것이다.
올해 땡스카본은 글로벌 사업으로의 도전을 본격화한다. 김 대표는 “아시아 벼농사 지역은 8조 규모의 시장”이라며 “베트남, 방글라데시, 캄보디아에서도 시범사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땡스카본은 지난달 3일 베트남에서 세미나를 통해 ‘헤임달’을 소개하고 현지 농부와 소통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아시아 7개국에 2030년까지 332만ha(헥타르) 규모의 사업을 진행해 2000억 원 규모의 배출권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출처 : 더나은미래 / 기획/특집 / 김규리 기자 kyuriou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