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위성드론/MRV 검증] 증명 못 하면 ‘0원’⋯ 땡스카본, 탄소 시장 ‘데이터 장벽’ 깼다

[AI/위성드론/MRV 검증] 증명 못 하면 ‘0원’⋯ 땡스카본, 탄소 시장 ‘데이터 장벽’ 깼다

・ 벼농사 메탄 감축사업의 시간·비용 문제에 주목 ・ 위성영상과 현장 데이터를 결합한 ‘헤임달’ 개발 ・ 산림·블루카본·생물다양성까지 측정 대상 확대 계획

지구를 구하겠다며 수백억원을 들여 탄소를 줄여도 입증하지 못하면 그 가치는 0원이다. 실제로 얼마나 줄였는지 정밀한 데이터로 증명하지 못하면 탄소배출권 발행도 투자금 회수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업지가 넓고 참여자가 사방에 흩어진 분야일수록 이 검증의 벽에 가로막혀 대형 프로젝트 자체가 좌초되기 일쑤였다.

​기후테크 기업 땡스카본은 하늘 위에 띄운 위성과 인공지능(AI)으로 이 무의미한 검증 난제를 끝냈다. 사람을 일일이 현장에 보내고 수기로 기록하던 비효율적인 측정·보고·검증(MRV) 체계를 완전 디지털화한 것이다. 광범위한 현장의 감축 행위를 위성으로 실시간 추적한다. AI가 이를 국제 기구 기준에 딱맞는 인증 데이터로 자동 변환해낸다.

​승부수는 디지털 MRV 플랫폼 헤임달이다. 땡스카본은 헤임달이 찍어내는 복제 불가능한 데이터 신뢰도를 무기로 글로벌 탄소감축 프로젝트를 쓸어 담는 디지털 MRV 공급을 본격화하고 있다. 나아가 감축 실적을 그 자리에서 현금화하는 자금 조달 생태계까지 구축하며 탄소 시장의 판을 뒤엎고 있다.

감축보다 어려웠던 ‘증명’

땡스카본이 우선 주목한 분야는 벼농사에서 발생하는 메탄이다. 논에 물이 계속 차 있으면 산소가 부족한 토양에서 메탄이 발생한다. 벼 생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논을 주기적으로 말렸다가 다시 물을 대면 메탄 배출과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농민이 논물관리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수기 영농일지와 현장 방문 자료만으로 많은 농가의 활동을 검증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들고, 기록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사업지가 여러 국가로 넓어질수록 검증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

김해원 땡스카본 대표. /땡스카본

김해원 땡스카본 대표는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빠르고 대규모로 확대해야 하지만 현장의 제도와 기술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벼농사 메탄 감축사업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감축 자체가 아니라 이를 증명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중략)

현장·위성 데이터 모은 디지털 MRV ‘헤임달’

헤임달은 위성영상과 기후·토양·수문·작황 자료, 농민이 입력한 현장 정보를 결합해 탄소감축 프로젝트를 관리한다. 사업지 면적과 농경지 경계를 분석하고, 레이더 위성영상과 현장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논물관리 이행 여부를 판별한다. 농민 등록과 위치정보, 현장 사진, 영농일지, 위성자료도 한곳에서 관리해 인증기관의 검증과 보고서 작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초기 헤임달은 농민의 활동을 기록하는 현장 관리 도구에 가까웠다. 실제 사업에서 필요한 기능을 추가하고 사람이 처리하던 업무를 AI로 전환하면서 프로젝트 전반을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확대됐다.

MRV 플랫폼 ‘헤임달’ 앱 화면. /땡스카본

헤임달은 농경지 경계를 분석하는 ‘필드센스’와 논물관리 이행 여부를 판독하는 ‘아쿠아사이트’를 연계하고, 농민 정보와 현장·위성자료를 통합 관리한다. 땡스카본은 디지털 좌표가 부족한 개발도상국 농지에서도 AI로 경계를 추론하고, 불안정한 인터넷 환경과 고령 농민의 사용 여건을 고려해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김 대표는 “농업인은 새로운 농법을 실천해도 보상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고, 사업자는 수많은 농가의 자료를 관리하고 인증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기업은 구매하는 탄소배출권을 신뢰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 주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공통 기반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플랫폼 공급과 프로젝트 개발 병행

땡스카본은 탄소감축 프로젝트 개발과 헤임달 공급을 병행한다. 직접 사업을 추진할 때는 현지 정부와 협력해 사업지를 확보하고 농민 교육, 프로젝트 운영, 데이터 수집에 참여한다. 땡스카본에 따르면 국제 인증과 탄소배출권 발행 과정도 사업 범위에 포함된다. 다른 프로젝트 개발사와 정부기관, 국제기구에는 헤임달을 제공해 감축 활동과 검증 자료 관리를 지원한다.

김 대표는 “땡스카본은 프로젝트 개발사이면서 플랫폼 기업”이라며 “직접 사업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동시에 다른 개발사와 정부기관, 국제기구에도 헤임달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업 구조는 농업인의 실천과 탄소시장의 수요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농업인은 논물관리를 비롯한 감축 활동을 데이터로 입증해 보상받고, 사업자는 여러 농가와 사업지를 하나의 체계에서 관리한다. 탄소배출권 구매 기업과 인증기관은 현장 기록과 위성자료를 바탕으로 감축 실적을 확인할 수 있다.

기술 고도화·투자 연계로 해외 확장

2025 C-Lab 스타트업 데모데이에 참석한 김해원 땡스카본 대표. /땡스카본

땡스카본은 캄보디아와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에서 벼농사 메탄 감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러 지역의 정부와 농민이 계약부터 감축 활동, 검증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하도록 지원하고, 인증기관과 탄소배출권 구매 기업도 대시보드와 보고서를 통해 현장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동남아 사업 확대에는 현지 정부·농업기관과의 협력뿐 아니라 프로젝트 금융과 인증, 배출권 판매망 확보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땡스카본은 기술 개발과 투자 유치, 외부 협력을 뒷받침할 지원 프로그램에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중기부 ‘초격차 스타트업 1000+’와 아마존웹서비스(AWS) 정글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이어 28일에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KDB 넥스트원’과 ‘IBK 창공’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중기부와 AWS 프로그램을 통해 위성 데이터 처리와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지원을 활용해 협업과 투자 유치 기회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향후에는 벼농사 메탄 감축에 활용한 데이터 분석 방식을 산림과 블루카본, 생물다양성, 자연자본 관리에 적용할 예정이다. 탄소감축량에서 생태계와 공급망 주변 자연환경의 변화까지 측정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탄소는 출발점”이라며 “한국에서 개발한 AI와 위성기술을 기반으로 생물다양성과 공급망의 자연자본까지 측정하는 글로벌 기후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그린포스트코리아 / 신익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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